#. 실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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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失鄕)
- 고향을 잃거나 빼앗김.
그 친실장은 공원에서 살고 있었지만 본래는 산에서 살던 산실장 출신이었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그때, 갑작스레 시작된 골프장 개발사업으로 인해 고향을 잃고 쫓겨났던 그 친실장은 새끼들과 함께 난생처음으로 마을로 내려와, 어느 전봇대 구석에 놓인 박스 속에서 잠을 자다 함께 트럭에 실려 인근 도시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들실장으로써의 삶. 텃세를 부리는 기존의 들실장들 속에서 공원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한 친실장은 이내 비닐봉투란 존재와 화장실이란 존재에 크나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고 애호파가 뿌린 실장푸드의 맛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였다. 산실장과는 전혀 다른 들실장. 그리고 수시로 공원을 찾아오는 학대파 사이에서 여러 새끼를 잃었고 구제라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나서야 들실장으로써의 삶이 본래 살던 산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달은 친실장이었다.
「…….」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는 동족의 시체와 사라진 집. 친실장은 절망했다. 애호파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한 골판지 하우스. 다른 들실장들의 비웃음을 사면서 간신히 사용법을 터득한 페트병은 구제팀이 모조리 수거해버렸다. 간신히 일궈왔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리자 절망한 친실장은 이내 자신과 새끼들의 목숨을 건진 게 어디냐는 식으로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겨내려 했다. 새끼들과 함께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공원 밖을 나갔던 게 천운이었다. 안 그랬으면 자신들도 똑같이 구제당했을 것이다.
부스슥. 부스슥.
한가지 더 다행스러운 건 비축식은 하우스 안에 보관하지 않고 땅을 파서 묻어두었다는 점이다. 친실장은 간신히 찾아낸 비축식을 꺼내들었다. 애호파에게 받았던 실장푸드. 당분간은 이걸로 안심이다. 하지만……………….
「마마, 왜그러는테치?」
공중화장실 구석에 숨어서 실장푸드를 먹다 말고 한숨 쉬는 친실장을 3마리의 자실장들중 한 마리가 올려다본다. 그 자실장은 친실장이 산에서 낳았던 새끼들 중 가장 막내였지만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산실장 출신이었고, 친실장이 다시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지금은 장녀가 되어 있었다. 어찌 보면 지혜라고 할 수 있는, 산실장으로써의 습관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었기에 친실장은 다른 들실장들과는 다르게 대책 없이 새끼를 싸지르지는 않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현재는 장녀를 포함한 자실장 3마리가 전부였다.
「…마마는….」
실장푸드를 씹다 말고 힘없이 한숨을 쉬면서 먹던 푸드를 들여다본다. 맛있다…고 느꼈었던 푸드가 지금에 와서는 그저 살기 위해 억지로 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맛이 없다고 느껴졌다. 쩝…쩝…. 산에서 먹던 약초와 열매의 맛이 그리워진 친실장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뭔가 결심한듯한 눈으로 자신의 새끼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돌아가는데스.」
테? 차녀와 삼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원에서 태어난 이 두 마리는 산에서의 생활을 모른다.
「여기는…확실히 살기는 좋은데스. 그치만…언제 죽을지 모르는데스.」
산실장이라고 생존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여기보단 좋다는 것이 친실장의 생각이었다. 하긴, 식량문제만 해결되면 산실장으로써의 삶은 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산에서 살다 온 친실장의 기준에서 보면 단순히 배고프다는 본능을 채우기 위해 자신들을 잡아먹는 산짐승들보다 자신들의 고통을 즐기는 학대파가 더 위험해보였다.
★☆★
친실장은 유일한 재산인 편의점 봉투와 그 안에 들어있는 실장푸드를 챙겨들었다. 가진 것이라곤 실장푸드가 전 부인 일가가 길을 떠난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쯤은 친실장도 알고 있었다. 살아생전 선대로부터 들은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무를 넘어뜨리고 구덩이를 파면서 자신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하지만 도시의 저 너머로 보이는 푸른 산들을 보면서 그곳으로 이주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을 참이었다.
「마마. 그 괴물들 이제 돌아간테치?」
장녀가 묻는다. 친실장은 침묵하더니 친실장은 어떤 산이든 인간만 없다면 된다고 대답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산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용케 어찌어찌 알아내서 돌아간다고 쳐도 의미가 없는 것을 친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큰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가 들어올려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마. 산은 여기보다 좋은테치?」
차녀와 삼녀의 물음에 친실장은 잠시 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산이라…공기가 맑고 자신들의 옷과 비슷한 초록색으로 뒤덮인 곳. 빼곡히 들어선 나무. 쪼르륵 흐르는 개울가의 그늘에서 자매들과 함께 놀던 기억은 친실장에게 있어 몇 안 되는 행복한 추억이었다.
「아름다운 곳인데스. 이곳의 불빛보다 이쁜 초록세상인데스. 마마도 장녀도 그곳에서 태어났고 마마의 마마의 마마도 그곳에서 태어나 계속 자란데스. 여름이 되면 매미씨가 노래도 불러주는데스.」
「굉장한테치!」
「빨리 빨리 산에 가고싶은테치~♪」
두 눈이 초롱초롱해진 차녀와 삼녀의 모습에 친실장은 굳이 산짐승에 대한 얘기는 꺼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식량문제는 산이나 공원이나 똑같았기 때문에 논외로 쳤다.)
「매우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인데스. 모두 힘내서 산으로 가는데스!」
「하잇 테치~.」
일가가 공원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늦은 오후가 지나 달이 뜨는 밤이 될 무렵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다른 들실장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 없었다. 공원을 드나들던 사람들도 모두 다 집으로 돌아갔다. 방해꾼이 없는 최적의 타이밍. 영리한 친실장은 이것을 노린 것이었다.
★☆★
"2차 가자 2차아아아아아!!"
문제는 밤이 되면 더 불타오르는 곳이 공원 근처에 있었다는 것.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면 덩달아 반짝이는 곳이 바로 유흥가였다. 거친 업무에 시달린 이들이 가기 싫은 이들까지 억지로 붙들고 가는 곳. 건강을 버려가면서까지 알코올 뽕에 취해 필름이 끊겨버린 취객이 좀비마냥 비틀거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따금 시비가 붙어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씨팍쌔끼놈! 일루왓 쉿뽜!"
"아따 선생님 많이 취하셨네."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오는 중년의 남자가 허공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경찰관이 달려왔다.
"뭐 기쁜일 있습니꺼, 술 엄청 드셨네."
"아~이 맛에 산다아입니꺼."
"이제 집으로 가셔야지예? 차에 타소. 가족들 기다리겠네."
"아~거 혼자갈껍니다 이거 놓으소."
경찰의 부축을 거부한 취객은 비틀거리며 방향을 틀었다. 히끆. 지들이 뭐라꼬 이래라저래라고! 돌아서서 경찰을 욕하던 취객이 친실장과 눈이 마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유흥가 여기저기에 위치한 치킨집과 포장마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에 혼을 뺏긴 자실장들을 일일이 손으로 두들기며 발길을 재촉하던 중이었다.
"이 뭐꼬 이고!"
니, 닌겐상! 와타치타치는 그냥 지나가던 것 뿐인데수! 친실장이 다급히 설명하지만 린갈이 없던 취객의 귀에는 그저 데스데스 거릴뿐. 끆! 취객은 친실장의 다급한 외침에 트림으로 답했다. 일가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취객은 금세 흉폭 해졌다.
"이히눔의 쉬끼들이요! 끆. 사람가는 길을 끆. 막아서. 쾈 마 쉬뽜."
「테챠아아아아!!」
앞발을 높이 들어 그대로 자신들을 밟아버리려는 취객의 행동에 자실장들이 비명을 질렀고 친실장의 급하게 두 손을 내리 저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다고 들을 취객이 아니지만 말이다. 취객이 실장일가는 뭉게버리려는 찰나.
"에헤이! 그럴 줄 알았다 진짜!"
뒤에서 계속 보고 있던 경찰이 달려와 취객을 저지했다. 실장석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죽임으로써 거리가 더러워지는 것이 문제였다.
"실장석 그만 괴롭히고 집에갑시다! 예?"
"끆! 야들아~ 닌가니 미아내! 닌가니 미아내~~!!! (해석: 인간이 미안해)"
경찰의 부축을 받은 취객은 그렇게 실장석들에게 거듭 고개를 숙이다가 경찰차 뒷좌석으로 끌려들어 갔다. 이윽고 차가 출발했고 그렇게 남겨진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철렁했던 가슴이 간신히 진정시켜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
「닌겐은 무서운데스!」
친실장은 거듭 강조했다. 밟혀죽을 위기에 처했었던 자실장들이 아직도 훌쩍이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빵콘으로 불룩해진 팬티를 질질 끌면서 말이다.
「닌겐과 엮겨서 좋을 건 없는데스! 그러니 그만 쳐다보란데스!」
삼녀의 시선이 아직도 치킨집을 향해 있었다.
「그치만 배고픈테치!」
잠을 잘 시간에 움직이고 있으니 배가 고픈 건 당연했다. 그런 와중에 치킨 냄새를 맡으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친실장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지만 푸드는 산에 도착할 때까지 먹을 귀중한 식량. 어지간해서는 먹을 마음이 없었다.
「목도 마른테치.」
페트병이 없었기에 물은 없다. 갈증은 당연하다.
「다리도 아픈테치!」
차녀도 덩달아 소리쳤다. 태어나서 이렇게 걸었던 적이 없던 두 마리에게 이 여정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차녀쨩, 삼녀쨩, 힘을 내는테치. 할 수있는테치.」
그나마 장녀는 산실장 출신이라 그런지 나머지 체력이 두 마리에 비해선 좋은 편이었기에 그럭저럭 견디고 있는 모양이었다. 장녀가 두 마리를 달래보려고 하지만 두 마리는 한번 뚫린 입을 멈출 마음이 없어 보였다. 급기야 바닥에 드러누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졸린테치! 배고프고 목마르고 다리도 아프고 졸린테치! 힘든테치!」
「산은 언제 도착인테치이이이이이!」
「…….」
친실장은 잠시 동안 침묵했다. 대신 극약처방을 내렸다.
「거기서 한번만 더 떼쓰면 슬픈 일을 당하는데스.」
산실장에게 있어 솎아내기는 일상. 분충기가 보이는 그 순간 바로 솎아낸다. 다만 공원에서 낳은 자들에게 산을 보여주고 싶었던 친실장은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경고만으로도 효과는 탁월했다. 뎃! 아무리 철부지라도 슬픈 일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는 잘 알고 있다. 친실장이 태교를 할 때마다 분충은 솎아낸다고 떠들어댔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떼를 쓰던 두 마리는 단번에 굳어버렸다. 여기서 한마디 더 뻥긋했다간 그대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지만 겁먹은 두 눈에선 적녹의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뿌드득. 뿌드득. 빵콘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출발하는데스.」
친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발했다. 빨리 오는테치. 장녀가 그렇게 말하며 뒤를 따르자 두 마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
이후, 걷다가 걷다가 밀려오는 졸음에 친실장마저 더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휴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골목 한쪽에 편의점에서 내다 버린 박스 더미가 있었기에 거기서 잠깐 눈만 붙였다가 다시 이동하기로 결심했던 친실장이 기지개를 펴며 일어섰다. 해가 떠오르고 있는 이른 아침이었다. 한 3시간 잤을까?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했기에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산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친실장을 일으켜 세웠다.
「이상한 일인데스우…. 산에서 여기로 올 땐 이렇게 힘들지 않았던데스.」
힘들지 않았을 수밖에. 쓰레기로 내다버린 박스 속에서 잠을 자다 함께 차에 실려왔으니까. 때문에 이 속에서 잠을 자면 깨어났을 때는 다시 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한 잠자리였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다. 기지개를 펴면서 친실장은 담배 포장지를 이불 삼아 덮고 자던 자들을 확인했다. 장녀. 차녀. 삼녀. 3마리 모두 잘 따라오고 있었다. 문제는
「데에….」
쩝…쩝…. 말라붙은 입안에서 끈적한 하얀 침이 찝쩍였다. 공원을 나서기 전, 화장실에서 마셨던 물이 전부였던 친실장은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도 이럴진대 새끼들은 더할 터. 친실장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데?! 골목 저 끝에 왠 녹색병이 반듯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친실장은 황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친실장이 그 병을 집어 들어 살짝 흔들어보자 아주 소량이긴 액체가 남아서 출렁였다. 일가 모두가 마시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한 모금씩 마실 수는 있었다. 다행인데수! 친실장은 기뻐하며 그것을 가지고 새끼들에게 돌아갔다.
「일어나는데스! 마마가 물을 가져온데스.」
이불처럼 덮고 자던 담배 포장지를 벗겨낸 친실장이 다급하게 새끼들을 일으켜 세웠다. 졸린 와중에도 물이란 소리에 물인테챠! 를 외치면서 두 눈이 부릅뜨여진 자실장들이 빠르게 친실장이 주는 물을 한 모금씩 받아마셨다. 마마 물 더 먹고싶은테치. 제법 긴 시간 갈증을 겪었기 때문에 물을 더 요구하는 차녀에게 친실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은 안되는데스. 라며 거부했다.
「마마, 물 맛이 이상한테치?」
급하게 물을 받아마셨지만 이내 입안에 남는 쓰린 맛에 인상이 구겨진 장녀가 말했지만 친실장은 배가 부른데스? 이거라도 다행인데스. 라며 무시했다. 이윽고 삼녀까지 받아마시고 남은 아주 적은 양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은 친실장의 표정 역시 쓰린 맛에 잠시 동안 구겨졌지만 그저 물일뿐이라는 생각에 무시하고 넘겼다.
「패트병 보다는 무겁지만 그래도 다행인데스. 가져가다가 물이 있으면 바로 담는데스.」
친실장은 다시 산실장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비닐봉투와 병이 있으면 이전보다 비교도 안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닐봉투만 있다면 식량을 모으는 것은 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덧붙여 식수 공급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친실장은 소중한 보물들을 꼭 껴안았다.
쿠궁 쿠궁.
그때, 등 뒤에 있던 상자들이 무언가에 의해 흔들렸고 이내 하늘 높이 들어올려졌다.
「테챠아아아아아!!」
놀란 자실장들이 황급히 친실장에게 달라붙었다.
"음?"
폐지를 수거하던 노인이 일가를 발견했다. 폐지와 공병을 함께 수거하던 중이었는지 노인의 손이 친실장을 향했다. 친실장이 가지고 있는 소주병이 목표였다. 친실장이 빼앗기지 않으려도 소주병을 등 뒤로 숨기려고 하자 노인의 손이 친실장을 붙잡고 강제로 빼앗았다.
"저리 가! 훠이! 훠이!"
「데샤아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은 울고불고 난리를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
「데에에엥…데에에엥….」
친실장은 서러워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길을 걸었다. 고향을 잃은 것이 서러웠고 공원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와 이런저런 일로 새끼들을 잃었고 지금에 와서는 그나마 갖고 있던 보물까지 잃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데수! 친실장은 그렇게 자신의 삶을 저주하다 말고 앞을 응시했다. 도시 저 편에 보이는 푸른 산이 그나마 친실장아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으로 공원이 도시 중앙에 위치한 것이 아닌 외곽에 있었고 친실장도 워낙에 신중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별다른 방해는 받지 않았다. 지금처럼 인간들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제법 왔다 싶어지자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새끼들을 뒤돌아보았을 때.
「데에에에에엑?!」
자들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차녀와 삼녀가 보이지 않았다.
「장녀!」
장녀는 한참 뒤에 있었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장녀의 모습에 놀란 친실장이 달려가 장녀를 흔들었다. 장녀! 무슨 일인데스!
「테~휴. 테~휴.」
장녀는 자고 있었다.
「…그나저나 차녀와 삼녀 어디간데스?」
한 마리는 찾았는데 나머지 두 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산으로 가고 싶은데 협조가 되질 않는 자들의 모습에 친실장은 분통을 터트렸다. 거기다 믿었던 장녀마저 이 모양이라니!
「어디있는데수~!!」
「테치~테취이~♩」
「텟츄 뗏뀨~♪」
차녀와 삼녀는 헤롱헤롱한 표정을 지으며 홀로 골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햇빛이 비치고 있는 거리와는 달리 그늘에 가려진 골목 속에서 두 자실장은 이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던 무언가와 마주쳤다.
「테샤아아앗!!」
삼녀와 차녀는 비명이 아니라 오히려 위협을 해대며 눈앞의 고양이를 노려보았다. 그에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던 고양이의 시선이 두 자실장에게 향했다.
"?"
겁대가리를 상실한 이 두 오만한 자실장의 모습에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엑!!!」
냄새를 맡으며 뒤를 쫓아왔던 친실장은 그런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고양이! 친실장은 바로 근처의 작은 돌을 주워들었다. 데샤아아아아아!! 보통의 들실장들은 고양이를 보면 바로 달아나지만 산실장은 때때로 나무토막 같은 것을 무기로 고양이를 쫓아내기도 했기 때문에 친실장은 저항을 선택했다.
"……."
이미 쓰레기 더미에서 대박을 찾아냈기에 자실장들을 잡아먹을 마음이 없었던 고양이는 그런 친실장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먹다 남은 핫도그를 입에 물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데헥! 데헥! 이긴데스! 친실장은 그렇게 승리했다는 기쁨에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끼들을 향해 인상을 찡그리며 다그쳤다.
「뭐가 불만인데수!」
자신들이 마신 게 물이 아니라 소주였다는 것을 모른다. 겨우 한 모금. 그것도 사람보다 월등히 작은 실장석의 기준으로 한 모금이지만 자실장들이라 그런지 단번에 뻑 가버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마 말 똑바로 듣는데스! 술에 취해있는 상황인데 말한다고 듣겠나. 차녀와 삼녀의 고개는 헤롱헤롱. 마마테잇치~. 하며 오히려 흥얼거렸다. 삼녀는 그렇게 헤롱헤롱거리더니 장녀처럼 고개를 축 늘어트려 곯아떨어져버렸다. 차녀는 자지는 않았지만 대신 다른 식으로 술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마마는 장녀 오네챠만 이뻐하는테치!」
알코올 버프에 속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하기 시작했다.
「덱…!」
사실은 사실이었다. 장녀에 대한 애정이 두 마리 보다 큰 건 사실이었다. 왜냐면 지금의 장녀는 산에서 태어났을시에는 막내였고, 친실장 본인도 막내로 태어났었다. 같은 막내 출신에다 산에서 살다왔으니 공원에서 태어난 두 마리보다 더 마음이 갈수 밖에.
「똥…마…마….」
그것이 내심 불만이었던 차녀의 속마음이었다.
뚝-. 뚝-.
적녹의 눈물이 떨어졌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친실장은 슬피 울었다.
「이 자에게 산을 보여주고 싶었던데스우우우우…! 그치만…차녀는 분충이었던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 마마의 마음도 모르는데 분충인데스으으으…!」
친실장은 그렇게 울면서 차녀의 머리카락을 뽑았다. 부욱. 옷을 벗겨 갈갈이 찢어버리곤 독라가 된 차녀를 바닥에 눕혀 근처의 작은 돌을 들고와 머리를 내려찍었다.
빠각.
계란 껍질 부서지는 소리가 짤막하게 울려 퍼졌다. 술에 취했던 차녀는 마지막까지 실실 웃고 있었다.
★☆★
「배고픈테치.」
「차녀 오네챠는 어디있는테치?」
남은 두 마리가 정신을 차린건 늦은 오후였다. 친실장이 그 두 마리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테? 영문을 모르는 두 마리는 그런 친실장의 모습에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마마, 왜그러는테치? 친실장은 말이 없었다. 화는 잔뜩 나는데 화낼 힘도 없었기에 그냥 노려보고만 있었다. 곯아떨어진 두 마리에 식량이 담긴 봉지를 들고서 혼자 낑낑거리며 한참을 걸었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어두운 골목만 찾아서 여기저기를 거쳐왔기 때문에 체력은 배로 소모되었다.
「마마, 산은 아직인테치?」
장녀의 물음에 친실장은 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가까워 보이면서도 아직 한참 남았다. 한가지 다행인 건 지금 이 일가가 위치한 곳은 도시의 끝자락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다리 하나만이 고작. 이 다리만 건너면 농촌으로 이어지는 길이었기에 50%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리 밑에서 흐르는 하천을 지긋이 바라보던 장녀가 장녀가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물었다.
「마마. 산에 가면 다시 놀아주는테치?」
어린 시절 자매들과 함께 숲 속 개울가에서 즐겁게 놀았던 친실장이었고 장녀 역시 그때 당시에는 살아있었던 자매들과 놀았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장녀의 말에 친실장은 화가 났던 마음이 진정되었고 안아주는 것으로 답했다.
「이제 다시 가는데스. 잠은 여길 지나서 자는데스.」
하천에서 목을 축인 친실장은 오늘 밤을 다리 너머에서 보낼 작정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데?」
지척을 흔드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친실장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다리의 저편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엔진 소리. 거기다 하나가 아닌 다수. 다리의 끝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물체. 이윽고 형체가 뚜렷하게 보이자 친실장이 괴성을 질러댔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줄지어오는 트랙터의 행렬에 정신이 나간 것처럼 울부짖었다.
「또 온데스! 또 온데스! 그 괴물이 또 온데샤아아아아아아!!!!」
자신이 살던 고향을 박살 낸 공사용 중장비와 지금 오고 있는 트랙터를 같은 부류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다급해진 친실장이 장녀와 삼녀를 가슴에 끌어안고 그대로 풀숲 바닥에 몸을 숨겼다. 그리곤 자들의 입을 손으로 막고 납작하게 엎드려 제발 저 괴물들이 자신들을 못 본 채 그냥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부웈. 부웈. 부웈. 빵콘과 함께 고약한 냄새가 잔뜩 팬티 속을 가득 채우고 삐져나오는 운치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친실장은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있었다.
「테햣!」
그렇게 한참을 있던 친실장이 자시 손을 장녀에게서 치우자 숨이 막혀 죽을뻔했었는지 삼녀는 연신 기침을 해댔다.
「죽을뻔한테치! 마마! 너무한테치! …테?」
삼녀가 친실장에게 항의하지만 친실장은 멍하니 바닥을 보고 있었다.
장녀가 죽어있었다. 사인은 압사.
산에서 태어난 자실장은 모두 4마리였다. 골판지와 푸드를 나눠주는 애호파라는 존재 덕분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공원에 찾아오는 이들이 모두 애호파라는 착각을 하게 된 친실장은 새끼들과 함께 또다시 푸드를 받기 위해 공원을 찾아온 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크나큰 착각이었다. 가장 먼저 앞장서서 달려간 첫째가 푸드를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가 그대로 밟혀 죽었다. 둘째는 한눈판 사이에 접근한 동족의 습격에 목숨을 잃었고 셋째는 쓰레기장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콘페이토 속에 숨어있는 코로리를 먹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리고 방금. 장녀이자 원래는 막내였던 마지막 산 자실장이 죽었다.
「장녀. 빨리 일어나는데스.」
장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친실장이 장녀를 흔들었다.
「또 자는데스?」
장녀는 말이 없다.
「일어나는데스! 어서 일어나서 산으로 가는데스! 새로운 산에도 개울이 있는데스! 가서 3녀랑 놀아야지 뭐하는데스!」
친실장은 울면서 장녀를 흔들었다. 흔들고 또 흔들었다. 받아들이기 싫었다. 자를 잃은 것이 슬펐고 이제 고향산에서의 기억을 가진 실장이 자신뿐이라는 것에 더 슬펐다.
「막내쨔아아아아아아아앙!!!!」
고향산에서 살던 시절의 이름으로 불러도 장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
다리를 건넜을때는 이미 달이 높게 떠 있은 후였다. 도시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빼곡히 늘어서 있던 건물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와 듬성듬성 세워진 가로등의 불빛만이 있을 뿐. 『 ← 두루산 』 . 『 두리 공동묘지 ↑ 』 친실장은 고개를 올려 도로 위의 표지판을 보지만 글자를 모르는 친실장에겐 의미 없는 일이다. 이따금 어느 광고표지판의 모델을 보면서 자신도 저렇게 환하게 웃을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산에 가면 예전처럼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친실장이 그렇게 속으로 좀처럼 보이지 않는 앞날을 걱정하고 있을 때.
「마마.」
삼녀가 고개를 들어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산이 그렇게 좋은테치?」
삼녀의 물음에 친실장이 대답했다.
「…오마에는 공원에서 태어나 모르겠지만 산은 여기하곤 비교도 안되게 좋은 곳인데스. 골판지나 페트병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와타시타치가 살 집은 얼마든지 있는데스. 밥도 공원하곤 비교도 안되는데스. 푸드랑 콘페이토는 없지만 맛있는 과일이 있는데스. 물도 엄청나게 많은데스. 공원의 분수하곤 차원이다른데스.」
친실장이 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공원의 분수대였다. 분수대를 볼 때면 고향산의 개울이 떠올랐던 것이다. 과거 고향산에서 살 시절. 거기선 개울 바위 위에서 얼마든지 놀아도 좋았다. 하지만 분수대는 다르다. 계속 그곳에서 얼쩡거리면 어떤 인간을 만나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 친실장은 몸에 물 칠만 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하는 그런 생활이 싫었다.
「굉장한테치이….」
삼녀의 머릿속에는 산에 대한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었다. 집도 있고 밥도 많고 물도 많고 인간이 없는.
「천국인테치!」
친실장은 그런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더 힘내는데스. 바로 저기가 산인데스.」
그렇게 텅 빈 도로의 갓길을 따라 걷던 친실장이 그렇게 말하며 앞을 가리켰다. 실제로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에 기쁜 친실장과 삼녀였다. 마마! 와타시타치가 해낸테치! 삼녀가 기뻐서 친실장에게 안겼다. 친실장은 그런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한데스~마침내 해낸데스~새로운 집인데스~.
그렇게 기뻐하고 있을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데?」
산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친실장과 삼녀가 고개를 돌리자 입구 저 편에서 난생처음 보는 빨간 불빛이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었다. 친실장이 황급히 삼녀를 데리고 가드레일 뒤로 숨었다. 그 빨간 불빛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그 불빛을 따라 무수히 많은 발소리들이 따라나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무거운 발걸음. 가로등의 불빛 아래 지친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간행군을 하는 군인들이었다.
「…….」
친실장과 삼녀는 숨을 죽인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군인들의 행렬은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터벅. 터벅. 저벅. 저벅.
「마마?」
그렇게 한참을 가드레일 뒤에서 숨을 죽인 채로 있었다. 군인들이 모두 지나가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와 지휘차량도 모두 지나갔다. 하지만 친실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삼녀가 친실장의 옷자락을 흔들어보지만 친실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갈등하고있는 눈동자. 친실장은 고민하더니 결단을 내린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 친실장은 산으로 가는 오르막길로 올라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마마! 산은 저기인테치! 그쪽이 아닌테치!」
삼녀가 소리치지만 친실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친실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렇게 많은 닌겐이 드나드는 곳은 산이 아닌데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빛에 의존한채 두 실장은 그렇게 이주를 계속했다.
★☆★
걷고 또 걸었다. 이따금 휴식을 위해 바닥에 주저 앉았을때 말고는 계속된 강행군이었다. 이따금 발에 땀이 가득차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걸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도 억지로 억지로 걸어나가자 익숙해지는건지 오히려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두건 사이로 땀이 흐른다. 친실장의 걸음걸이가 빨랐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기 위해 삼녀는 끊임없이 발을 달려야했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을 보면서 자신들도 저렇게 빨리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마…산은 언제인테치…? 했던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했고 친실장은 그때마다 조금만 더 참는데스. 라며 삼녀를 달랬다. 산은…언제인 테치…. 삼녀는 그렇게 행군을 하던 군인들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앞으로 앞으로 한발 한발을 내디뎠다.
「삼녀.」
정신을 차려보니 친실장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걸으면서 졸았던걸까. 텍! 하고 놀라 깨어나는 삼녀가 눈을 떻을때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이른 아침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잔디 위에 수많은 비석과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였다. 공동묘지란 개념을 모르는 친실장과 삼녀에게는 그저 작은 언덕이 즐비해있는 신기한 산일뿐이었다. 여기도 공원인테치? 공동묘지 외곽을 둘러싼 울타리를 보면서 삼녀가 묻자 친실장은 저기 보이는데스? 하며 공동묘지 뒷편에 있는 산을 가리켰다.
「테챠!」
공동묘지는 산의 초입부까지만 존재했고 그 위로는 개발되지 않은 푸른 나무로 뒤덮인 산이 있었다. 쫄쫄쫄쫄쫄─.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배수로를 따라 물이 지나가고 있었다. 산 정상에서 흐르는 물이 여기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닌겐도 저 위까지는 못오는 것이 틀림없는데스. 그러니 저 꼭대기가 와타시타치가 가야할 곳인데스.」
친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틀림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묘지 뒷편의 산은 경사가 심해서 차나 중장비가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친실장은 그런 경사가 자신들을 인간에게서 지켜줄 천혜의 요새라고 생각했다. 자신들도 저길 올라가려면 굉장히 고생 꽤나 해야겠지만 일단 올라가고나면 그 후의 삶은 탄탄대로일 것이다.
「이제 진짜 마지막인데스. 힘내서 올라가는데스!」
「그러는테치!」
진짜로 마지막이라는 말에 힘이 솟은 삼녀가 소리쳤다. 하지만.
꼬르르르르르륵….
여태껏 실장푸드 몇개로 굶주림을 달래던 배가 마침내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거의 다 왔다는 말에 긴장이 풀렸는지 그간 억지로 참아왔던 배고픔과 갈증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마마….」
삼녀가 친실장을 올려다본다. 친실장도 비슷했는지 비닐봉투를 열어보지만 더 이상 남아있는 푸드는 없었다. 데에……. 친실장도 걱정이었다. 배라도 든든해야 단번에 저 경사진 언덕을 올라갈 것인데….
「데?」
그런 친실장의 눈에 들어온것은 다름 아닌 무덤 앞에 있는 말린 오징어와 생선전이였다. 이미 개미들이 몰려와 단체로 달라붙었지만 친실장과 삼녀에게 있어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였다. 오히려 고소한 개미씨 맛있는테치~ 하며 별미로 생각할 뿐이었다. 맛있는테치! 우마우마한테치! 질긴 오징어 다리를 한번에 물어뜯는데는 실패했지만 빨아도 맛있는 오징어의 맛과 생선전과 사이 사이 씹히는 개미. 그것은 친실장도 마찬가지. 이제야 좀 살 것 같은데스. 하며 맛있게 먹었다.
「이것이 닌겐과 엮이는 마지막이 될 것인데스.」
저기만 올라가면 더 이상 인간의 음식을 먹을 일이 없을거라 생각한 친실장이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목이 말랐다. 아까 봤던 물을 마시려고 움직이려다 옆에 놓인 녹색 소주병을 발견했다. 소주는 절반이나 남아있었다. 친실장이 뚜껑을 열자
「마마 또 그 물인테치? 그 물 너무 쓴테치.」
삼녀가 거부반응을 보인다.
「물 마시려면 또 저기까지 가야하는데스. 이것도 이제 마지막인데스. 빨리 마시고 올라가는데스.」
삼녀에게 나눠주고 남은 소주를 친실장이 자신의 입안에 쏟아부었다.
★☆★
사각
「뎃?!」
「텟?!」
서슬퍼런 가위 소리에 흠칫하며 눈을 뜬 친실장과 삼녀.
「오마에들 제대로 쳐 돌은 분충인보쿠.」
당장이라도 가위로 썰어버릴 표정을 짓고 있는 실창석들이 모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씩씩거리면서. 묘지 관리소에서 집단으로 사육하고 있는 이 실창석들은 묘지의 잔디를 깎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왈! 왈! 왈!"
「테챠아아아아아!!!」
「데샤아아아아아아!!!!」
그 뒤에는 마찬가지로 관리소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한 마리가 버티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 상황. 친실장과 삼녀는 두려움에 서로를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사, 살려주시는데스! 와, 와타시타치는 그냥 지나가던 길인데스! 제발 그냥 보내주시는데스! 아무짓도 안한데스!!!」
그 말이 결정타였던걸까. 폭발한 실창석의 가위가 친실장의 다리를 찔렀다. 데샤아아아아아!!!! 친실장이 비명을 지르자 실창석은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친실장의 눈을 찔렀다. 데샤아아아아아아!!!! 깊숙히 파고들었던 가위가 다시 뽑히자 시뻘건 피가 뿜어져나왔다. 앞이! 한쪽 눈이! 앞이 보이지 않는데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데스! 고통어린 비명이 쉴새 없이 터져나왔다. 테에에에에에엥!!!! 그 공포에 삼녀도 비명을 지른다. 부웈 부웈 부웈 부웈. 빵콘은 쉴새없이 쏟아졌다.
「절대 용서 못하는보쿠우우우우우-!!」
실창석의 뒷편으로 운치 범벅인 비석과 성묘객들이 남겨놓고간 음식들이 잔디밭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술에 취한 친실장과 삼녀가 노래를 부르면서 비석 여기저기에 투분을 하고 무덤 위에서 똥을 싸재끼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실창석들이었다. 순간 잘못봤나 싶어서 몇번이고 눈을 깜빡 깜빡 거렸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흡사 까마귀가 부리로 먹이를 쪼아대는 것과 같았다. 묘지의 잔디를 관리하던 실창석들의 가위가 친실장과 삼녀를 사정없이 찔러대고 잘라댔다. 데갸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아!!! 아픈테치! 아픈테치이이이이이잇-!!!!!!
어째서인데스….
처참하게 찢어갈김당하는 그 순간에도 친실장의 남은 눈이 묘지 뒷편의 산을 향해 있었다.
이제 다 왔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어째서……………………………………………………………….
★☆★
진돗개의 등에 올라탄 실창석의 모습은 마치 카우보이를 연상케했다. 등에는 가위를 메고 한손에는 올가미가 들려져 있었다. 친실장이 도망칠때마다 그 실창석은 진돗개를 타고 친실장의 뒤를 쫓았다. 도망간 노비를 쫓아가는 추노를 보는 느낌. 마마아아아아!!! 친실장이 자신을 버려두고 홀로 도망갔음에 배신감을 느끼고 홀로 이곳에 남았다는 사실에 삼녀가 울부짖었다.
「데헥!!」
도망은 언제나 실패로 끝났다. 실창석이 친실장을 쫓아갔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애꾸가 된 친실장이 끌려들어왔다. 반복되는 도망과 실패. 그리고 끝없는 구타. 잡혀들어온 친실장에게 실창석들은 매질로 환대해주었다. 데햑! 데햑! 데햑!! 복부를 걷어차이고 피를 토해낸다. 그럼에도 구타는 계속되었다. 아아…친실장. 이번이 몇번째인가. 온몸은
「제발…보내주시는…데스우….」
온 몸이 멍으로 가득해 성한 곳 하나 없는 친실장은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그럴때마다 실창석은 가위의 손잡이 부분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
독라가 된 삼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친실장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후로. 친실장이 옆에 있건말건 묵묵히 묘지의 풀을 뽑을 뿐이었다. 그옆에서 애꾸의 친실장이 풀을 뽑았다. 친실장은 말없이 삼녀를 바라보았다. 독라가 된 자신과는 다르게 옷은 입고 있는 삼녀였다. 똑같이 독라가 되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옷은 돌려받은 삼녀였다. 매번 도망가다 붙잡힌 자신과는 다르게 실창석이 시키는 일에 무조건 복종한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삼녀.」
친실장이 조심스레 말을 걸자 삼녀가 곧바로 근처에 무덤의 풀을 깎던 실창석에게 소리쳤다.
「조장님 이 똥벌레 또 말거는테치! 같이 도망가자고하는테치!」
「…….」
가위로 풀을 깎던 실창석이 바로 작업을 중단하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곤 사실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바로 실창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정통으로 얻어맞은 친실장이 몸이 쓰러지며 비석에 뒤통수를 부딫히더니 축 늘어져버렸다. 잘한보쿠. 계속 이렇게 감시하란보쿠. 오늘 오마에 밥은 조금 더 주는보쿠.
「치프프프프프.」
칭찬을 받은 삼녀가 그 모습을 보며 꼴좋다는 식으로 웃고 있었다.
「이 똥벌레인다와?」
친실장에게 휴식이란 없었다.
「그런보쿠. 마음껏 부려먹는보쿠.」
얻어맞아 기절했던 친실장이 다시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실홍석이 실창석과 대화중이었다. 인근 농장에서 키우는 사육 실홍석이었다. 아무래도 실창석들이 일일 노예로 빌려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틈만나면 도망가니까 잘 감시하란보쿠!」
「걱정마란다와~.」
트윈테일을 흔들흔들거리며 신이 난 실홍석이 실창석이 건네주는 올가미를 건네받았다.
「자 가는다와~ 할 일이 많다와~.」
콧노래를 부르며 앞장서는 실홍석의 뒤로 끌려가는 친실장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처음으로 아무런 방해없이 묘지를 벗어난다. 신발조차 신지 않은 맨발로 끌려가던 친실장이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노을지는 태양이 산기슭 너머에 걸려있었다.
「데에에에에………………….」
산실장 시절에는 저런 노을이 얼마나 이뻤던지…. 자실장 시절, 자매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또 놀다보면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고 그럴때마다 자신들을 찾아오는 마마가 '이리오란데스~ 밥 먹는데스~오늘은 버섯이 아주 아주 많은데스~.' 라며 손짓하면 숨어있던 자매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함께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심코 돌아봤던 곳에서 노을지는 석양의 모습이란….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라지지 않는 그시절의 추억이 지금의 자신을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뎃승…. 뎃승….」
길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 고향을 잃은 그 순간부터 희망은 없었던 것일까. 실장석의 저주인가, 아니면 끝까지 자신과 함께 하지 않은 것에 분노한 고향의 저주일까. 홀로 살아남았다는 것에 질투하는 죽은 자매들의 한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그 시절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는 끝도 없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 석양아래 짙게 늘어선 실장석의 그림자. 눈앞에 돌아갈 곳 이있음에도 갈 수 없는 친실장. 오늘따라 그 뒷모습이 유난히도 슬퍼보였다.
- 끝 -
세월이흘러 그렇게 살아남은 구더기가 고치를 틀고 엄지로 자라고 다시 자실장으로 커졌다 매주 몸이 조금이라도 약한거나 토시아키의 마음에 들지않는 개체는 곧바로 태아성장촉진제를 먹인뒤 자판기가되어 새로운 구더기를 낳았고 그중에서 토시아키가 선별한 특출나게 강한 개체는 성채가 될때까지 살아남는 행운을 누렸다 토시아키는 이제 자신의 실험결과를 입증하기위해 무사히 자란 1세대 동족식 구더기 아니 성채실장 몇마리를 공원에 풀어놓기로했다 놈들은 미리 선별했던 덩치크고 강인한 개체들이었다 5 가을의 기분좋게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공원의 실장석들은 곧 닥쳐올 죽음의계절 겨울을 나기위한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있었다 어떤 실장은 위험을 무릎쓰고 아직 어린자들을 대리고 나와 잘마른 낙옆과 혹시 떨어져있을지모르는 나무열매나 벌레시체따위를 찾아나섰고 또 다른 실장들또한 비슷하게 우거진 나무주위를 둘러다니며 혹시 보존식으로 삼을만한 도토리를 찾아다녔다 이런 분주한 와중에 한 실장석이 부푼배를 안고 헐떡이며 공중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실장석은 이번 여름에 막 독립한 개체였다 [데히...데히....자가...자가 곧 태어나는데스!] 그런 성채실장을 노리는 불길한 두쌍의 눈이 수풀사이에서 반짝였다 꾀죄죄한 몰골의 자실장들....얼마전 영역다툼이나 음식물쟁탈전에서 친을 잃은 고아들이었다 성채실장들마저 매일매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공원의 환경은 완전한 약육강식의 세계였고 그런곳에서 친을 잃은 자실장따윈 결코 공원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수없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고아 자실장들끼리 뭉쳐서 누군가를 희생시켜서라도 생존률을 보장하고 더욱이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관심을 필요로하는 자실장이기에 서로 협력하며 함께다니는것이었다 [저 오바상은 친절해보이는테치..] [테에...와타시타치의 새마마가 되어주는테치?] 앞머리카락이 반쯤 뜯긴 자실장이 중얼거리자 두건을 잃은 자실장이 속닥였다 [그런테치 와타시타치의 귀여움으로 매로매로 시키면 저런 오바상따윈 껌인테치] [와타시 새마마의 집에서 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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