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착각하는 것이 있었다.
『 학대파와 애호파. 과연 이 둘 중에서 어느쪽이 더 비호감일까요? 최근 저희 JBS 방송에서 자체적으로 실행한 설문조사인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최규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략)…… 실장석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일반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학대파가 훨씬 더 비호감일 것이다, 라는 어찌보면 당연할 것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되었던 이 설문조사는 그러나 대다수의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가는 충격적인 결과는 보여주었습니다. 예상외의 결과로 70 : 30으로 애호파에 대한 비호감이 학대파보다 월등히 높은 걸로 나온 것입니다.
"둘 다 거기거 거긴데…."
-김지혜(23세)-
"얼마나 돈이 썩어나면 저리들(애호활동을) 할까…그런 생각이 들어요. 돈이 많으니까 사람도 때리고 그러겠죠."
-차지훈(31세)-
"둘 다 꼴보기 싫어요."
-윤나레(24세)-
해마다 구제가 시작되면 경찰에선 비상이 걸립니다.
"애호단체가 공원에서…(구제업자를) 집단으로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입니다."
-서울 XX지구대 강모현 경위-
구제업체나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나 협박전화가 오는 것은 기본이고, 들실장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지난달 서울 모 공원 입구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영상입니다. 다수의 애호파로 보이는 여성들이 구제반대 서명에 사인을 거부한 일반 시민을 학대파라고 비난하며 급기야 또다시 폭력을 행사합니다. 지난해인 2015년, 경찰에 접수된 애호파에 의한 폭행사건만 1000여건. 2016년인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800여건에 달했습니다. 그 외에도 길에서 동족이나 학대파의 습격에 죽은 들실장을 살'인'사건으로 허위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게 만들거나 119 구급차량을 호출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동원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를 넘어선 실장애호의 모습에 시민들의 반감이 커져만 감에 따라 애호단체 스스로가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야만 하는 시점입니다. JBS 뉴스, 최규일입니다. 』
일반인들의 눈에는 학대파나 애호파가 둘 다 거기서 거기였다.
아니, 오히려 경우에 따라선 애호파가 더 경멸받는 것이 실장석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의 모습이었다.
#.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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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각. 짹각. 짹각.
시곗소리에 맞춰 사각사각거리는 볼펜소리. 형식적인 개인 면담 속에서 담임교사는 사무적인 말과 표정으로 종이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내용만 적어가고 있을 뿐. 너도 참 고생이 많겠구나. 아주 잠시동안 딱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던 담임은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날짜 옆에 자신의 싸인을 그려넣었다. 그리고 그외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위로는 해주네.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담임이 애호 성향을 가졌다면 너도 언젠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거야. 라는 말을 지껄였을 것이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담임이 시계를 보더니 소년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소년 역시 별다른 기대를 안했는지 이렇다할 기색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르륵. 교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멈춰섰다. 복도를 지나가던 일부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목격한듯 자신을 향해 일제히 집중되고 있었다. 소년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한듯 했지만 그럼에도 나오는 괴로움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애호단체 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어딜가든 주변의 시선을 불러 일으켰다.
"쟤야? 그 공원에…."
"어."
"와…."
물론 그 시선의 대부분은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는 듯한 호기심과 경멸이었다.
★☆★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휴대폰을 통해 보는 뉴스. 소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댓글란은 언제나 시궁창이다. 학대파니 애호파니 서로를 열심히 물어뜯고 있었다. 니 가족이 저리 당하면 좋겠냐는둥~싸이코패쓰라는둥~. 일반인들이 보기엔 둘 다 거기거 거기인데 말이다. 신호등에 걸려서인지 잠시 멈춰선 버스에서 생각없이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저분해보이는 들실장 일가가 낡은 비닐봉지 하나에 생수통을 허리에 끼고서 골목길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꼬라지를 보아하니 이주하는 모습이다. 지들딴에는 열심히 움직이곤 있었지만 그래봤자다. 실장석의 이주 성공률은 5% 미만이라던가. 굶어죽든 차에 깔려죽든 고양이게 잡혀먹든. 별의 별 이유로 새로운 공원 근처에도 못가보고 그대로 몰살하겠지.
삐─.
창가에서 그 모습을 보다말고 급하게 벨을 눌렀다. 멈춰서는 버스. 뒷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내린 소년은 황급히 좀 전에 봤던 그 일가를 향해 달렸다.
"야."
갈 길을 가던 실장일가는 등 뒤에서 들린 소년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그 순간 소년의 운동화가 가장 뒤떨어져 있던 새끼 자실장을 정통으로 걷어찼다. 테뷁! 비명지를 시간조차 없었다. 테챠아아아!! 순식간에 골목길 벽면에 부딪혀 그대로 피떡이 되어버린 자실장의 모습과 그제야 비명을 지르는 친실장과 나머지 새끼들에게 소년은 입을 꾹 다물고 또다시 다리를 들어올려 그 자리에서 빵콘한채 굳어버린 자실장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만드는데수우!!! 친실장의 절규와 애원이 쏟아졌지만 린갈 없는 소년에겐 그저 데스 데스라고 들릴 뿐. 왜 이러는데샤아아아!!! 컭! 들고 있던 비닐봉투를 내팽겨치고 피떡이 되어 바닥에 들러붙어버린 자실장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품에 끌어안는 친실장의 절규는 소년의 발차기에 끊어졌다. 나무 젓가락의 내구도를 가진 턱뼈가 나가는 소리. 얼마되지도 않는 목뼈가 완전히 부러진 소리를 귀로 선명하게 들어서야 소년은 멈춰섰다. 그리곤 신발을 질질 끌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신발 밑에 끼어버린 살점과 붉은 피로 이루어진 길이 골목에서 번화가 쪽으로 이어졌다.
★☆★
「다녀오신데스?」
이제는 좀 익숙해졌을만도 한데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된다. 현관에서 주섬주섬 신발을 벗는 소년의 눈에 보인 것은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사육실장 문이였다. 그 모습을 볼때면 소년은 어쩌면 눈앞에 보이는 저 실장석이 마치 자신이 여기 안주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행동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실장석은 특유의 아첨하는 자세로 소년을 맞이했지만 소년에겐 그저 매를 버는 짓에 지나지 않았다. 아까처럼 걷어차버리고 싶단 생각만이 간절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진짜 엿같다. 특히나 임신한 지금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와있는 저 모습은 더더욱. 하지만 문이는 소년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년에 대해선 조금의 두려움으로 느끼지 않았다. 작은 주인님이란 호칭은 단지 주인(아버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것일 뿐, 자신의 주인이 마음만 먹으면 눈앞에 있는 이 (자신의 시선에서)건방진 소년따위는 얼마든지 무찌를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년 역시 그런 문이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지난날 분노가 폭발해 배를 걷어차자 노발대발한 아버지에 의해 얻어맞은 적이 있었기에.
딸깍.
소년은 실장석에겐 관심도 주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집에서 문이가 유일하게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 바로 소년의 방이었다. 집을 비울때면 무조건 문을 닫아버리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 문이는 언제나 소년의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소년을 반기며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도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자신에 대한 소년의 태도가 너그러워져 방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작은 주인님! 어째서 와타시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데수? 문이가 발밑까지 따라와 이유를 묻지만 소년은 더욱 짜증만 날 뿐이였다. 저리 꺼져. 쾅!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발로 문이를 밀어내곤 거칠게 방문을 닫았다. 쿵쿵. 작은 주인님! 와타시 작은 주인님의 방에 들어가고 싶은데스! 가서 구경만하는데샤! 밖에서 문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 지껄인지도 벌써 3개월째다. 아 듣기 싫어. 소년은 귀를 틀어막았다. 개씨발 꺼지라고!! 결국 거칠게 문을 한번 걷어차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곧바로 이어진 정적. 이 방은 소년에게 있어서 이 세상 유일한 안식처였다.
"아."
힘이 쭉 빠진다. 교복의 넥타이도 풀지 않고 바로 침대에 털썩하고 쓰러진다. 방에 있으면 이리 마음이 평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저금통을 꺼내들었다. 찰랑 찰랑. 동전과 지폐가 수북하게 쌓인 녹색 저금통. 처음엔 용돈을 쓰다 남은 동전만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순간부터 용돈 자체를 최대한 아껴서 전부다 저금통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돈은 쌓이고 쌓여서 어느새 저금통을 가득히 채웠지만 이 저금통의 존재는 주인인 소년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른다. 처음엔 가벼웠던 저금통이 이제는 양 손으로 잡아야 흔들 수 있는 정도로 무거워졌다. 반년전부터 허리띠를 졸라메고 악착같이 모으기 시작한 보람을 느낀듯 소년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소년은 저금통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숨겼다.
"이제 조금만 더…."
이렇게 남 모르게 허리띠 졸라맨 생활도 어느덧 6개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과자 사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피시방 키보드를 두들기던 감촉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 친구들과 함께 피시방으로 몰려가서 웃으며 열심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던 옛날이여. 돌아가고 싶은 옛날의 그리운 향수가 소년을 괴롭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었다.
'니네 아빠 전재산 다 털어서 푸드 뿌린다며? '
'니네집 아침밥 푸드라던데?'
'니네 아빠 옷 전부다 녹색이라며?'
'니네 아빠 집에 안들어오고 공원에서 잔다며?'
'니네집 골판지냐?'
'니네집 화장실 대신 운치굴쓴다며?'
조롱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제법 규모가 큰 애호단체의 회장이란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애호파로 인한 문제로 떠들석할때는 정말 귀를 파버리고 싶었다. 급식시간에 남은 잔반을 버리는데 한 남학생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거 버리지 말고 니 애비한테 들고가서 같이 공원에서 뿌리고 다니지 그러냐? 이 씨발새끼야. 라는 폭언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서도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그 남학생의 친 형이 얼마전의 시위로 부상당한 경찰관들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년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 눈시울이 붉어져 한 맺힌 눈물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뺨을 타고 내려갔다. 소년은 그렇게 지금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올라 이따금 방안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
★☆★
교복을 입으면 숨이 막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또 그 지옥구덩이를 걸어들어가야하는 구나…. 오늘은 또 어떤 경멸을 당하게될까?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신문의 한쪽 면을 흘깃 쳐다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아침밥의 마지막 한숟가락을 목구멍안으로 밀어넣었을때 쓰나미 처럼 밀려오는 한숨. 비어진 밥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싱크대로 들고갔다. 집안 자체가 교육과 예절에 엄한 분위기였기에 밥을 먹을때 음식물을 흘리지 않는 것과 먹은 후의 뒷정리는 무조건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몸에 베여있었다. 소년은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가방을 들춰맸다.
「뎃데로게~뎃데로게~많이 많이 먹는데수~마마의 사랑을 받는데수~♪」
식탁 건너편에서 문이가 자신의 밥그릇에 놓여있는 푸드와 콘페이토를 입안으로 쑤셔넣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소년은 그 모습을 보다말고 아직 자리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묵묵히 밥을 먹으면서 이따금 문이를 보면서 허허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소년의 시선이 다시 식탁위로 향했다. 푸드를 갉아먹는 문이의 자리엔 푸드 가루가 널려 있었다.
'X같은 새끼.'
자신이 흘리거나 떠들땐 그러는게 아니라고 꾸중을 하던 인간이 문이가 저 지랄을 하고 있을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봐야 치우는건 결국 엄마인데. 소년의 아버지는 자식에게는 엄하고 실장석한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 사람이랑 실장석을 동급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식으로 열받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소년은 자신에게만 엄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왜."
아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느낀 아버지가 묻자 소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고개를 돌렸다. 학교다녀오겠습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 한마디 내뱉고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버지는 이내 신문을 읽어내려갔다. 일반인들이 보는 그런 뉴스가 아니었다. 실장석에 환장한 애호파들이 자기들의 활동을 알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녹색신문이었다. 천천히 기사를 읽어가던 아버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자기 이름 세글자 떡 하니 박혀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지 껄껄껄하며 미소짓는 그였다.
그린 에메랄드 '김XX' 회장.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들실장들 위한 쾌적한 출산공간' 만들자고 제안.
XXX시장 "긍정적 검토" 답변.
<< 비위생적인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나는 가엾은 들실장들을 위한 희망과 축복의 공간 >>…………………………………………………………….
「마마는 하루라도 빨리 자들을 안아보고 싶은데스웅~♡」
발밑에서 문이가 흥얼거렸다.
★☆★
"피시방 갈래?"
"돈 없어."
"맥날 갈래?"
"돈 아껴야되."
"야야 천원만 빌려줘."
"돈 없어."
"아 시바 늦겠다 택시탈래?"
"돈 없는데…."
"매점 가자."
"돈 안쓸거야."
"저 새낀 왜 맨날 돈 없다고 그러냐?"
"야 너 집에서 용돈 안주냐?"
"푸드사느라 쪼달리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금통에 돈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나마도 있던 친구들의 숫자도 하나 둘 줄어만 갔다. 소년은 좀처럼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 이유를 묻는 친구들에게 구체적인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본심은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행여나 말 했다가 소문으로 퍼져버릴까 싶어서. 1년 365일 똑같은 분위기. 소년이 교문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야 벌레 하이~. 라고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네는 놈들이 하나 둘 보인다.
"니네 아빠 뉴스 났더라?"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이 어떻고, 지금 세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는 내용의 세상 돌아가는걸 알려주는 일반뉴스는 쥐뿔 관심없는 놈들이 실장석과 관련된 소식만은 귀신같이 긁어모아와 관련자들의 옆구리를 살살 긁어갔다. …어…. 힘 없이 대답한다. 그런 소년의 옆을 소리없이 스쳐지나가는 몇몇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학교에 애호파의 자녀가 자기 혼자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모든 시선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학교의 학생들은 다른 학교와 다르게 유독 애호파에 대한 차별이 강했다.
"……."
소년은 그럴때마다 집에 있는 저금통을 꺼내들었다. 이제 이걸로 마지막이다.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을 알리는 만원짜리 지폐를 저금통 안으로 밀어넣었다. 마침내 목표로 했던 금액을 모두 모았다는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한켠으로 밀려오는 허무함이 교차했다. 저금통을 꽉 쥐고 있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훌쩍. 소년은 저금통에 가득 찬 돈을 볼때면 스스로가 너무나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싶을 정도로. 내가 왜? 난 아무것도 한게 없잖아. 나는…아무것도…. 가끔 길을 가다보면 어느 다정한 부자의 모습이 보였다. 조잘거리는 아들의 손을 잡고 길을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탄다거나 함께 등산을 간다는 남달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언제였더라…왜 자신은 그런 추억 하나 없이 오직 실장석만 붙잡고 있는 아버지를 봐야 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자신도 가족과 함께 등산이나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말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다 큰놈이 무슨."
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결심한듯 컴퓨터 본체의 전원을 눌렀다. 빠르게 부팅되는 바탕화면 속에 인터넷을 클릭하는 마우스 위로부터 손가락이 떨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은 자신의 외삼촌이 알려준 사이트의 주소를 인터넷 주소창에 적어갔다. 괜찮겠냐? 처음 이 주소를 알려줄때 삼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었다. 주소를 입력해가던 소년의 잠시 멈춰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움직였다. 결심을 굳힌듯한 손이 엔터를 누르자 곧바로 바뀌는 모니터 화면에 어두운 배경의 인터넷 사이트가 나타났다. 삼촌이 알려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vip고객님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의 창이 떠 자신을 반겨주었다. 애호파 회장이라고 놀림받는거나 직스충이라고 놀림받는거나 거기서 거긴데 뭘.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치고 갈 잠바와 저금통을 챙겼다. 이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려면 무조건 무통장입금이 원칙이었다.
「데수?」
문을 열고 나가자 거실 소파 앞에 앉아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문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시간동안의 침묵. 소년이 물었다.
"나중에 맛있는거 오면 먹을래?"
오늘내로 주문하면 대충 2~3일은 걸리겠지?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예산낭비라는 격렬한 반대 속에서 불구하고 자리잡은 들실장들을 위한 출산공간이 첫 선을 보였다. 나름 거물급 애호파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년의 아버지는 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성과를 보이기 위해 소년의 아버지는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청으로 직접 찾아가 시장과 면담까지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에 이러한 찬사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 소년의 아버지는 일일히 자신을 향해 박수쳐주는 다른 애호파들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걸 회장님께서 용케 생각해내시고…."
"하하하하하하."
"사실 그전부터 좀 찝찝하긴 했거든요…저렇게 청소도 제대로 안되 있는 곳에서 새끼 낳아서 혀로 핥는게 얼마나 비위생적이예요."
"그렇죠…저도 그래서 고안해낸거예요."
"역시…."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다른 이들의 시선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가위로 싹둑 자른 무지개빛 리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공원에 새로 설치된 이 출산공간은 친실장이 새끼를 낳으면 자동적으로 점막을 처리해주는 장치가 달려 있었고 새끼를 낳으면 산후조리 잘하라는 뜻으로 콘페이토까지 나오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이 앞으로 어떤식으로 악용될지도 모른체, 앞으로 지속적으로 모든 공원에 이런 출산공간을 설치할테니 응원해달라는 시장과 이에 박수쳐주는 애호파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자! 이 곳의 첫 이용자는 우리 문이가 되겠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문이를 장착기에 앉혔다. 들실장들을 위한 시설의 첫사용자로 사육실장을 앉힌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끄러운데스웅♡」
출산준비를 끝마친 자신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얼굴을 붉힌 문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첫 출산의 시작을 알리는 통증이 문이의 표정을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데야아아아아악!! 그와 반대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기대가 얼굴에 서린 애호파들의 얼굴과 함께 찰칵거리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울려퍼졌다.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사전에 연습이라도 한 듯이 호흡을 맞춰 응원한다. 붉어지는 얼굴.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이제 곧 마마가 된다는. 가정을 가진다는 것에 기쁨이 그려졌다. 거친 숨소리와 호흡이 연달아 이어진다. 쩍 벌린 다리 사이에서 이윽고 점막에 쌓여있는 새로운 생명이 세상을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텟데레~♪」
뱃속에서부터 줄곧 아름다운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린 실장석들이 그렇게 탄생의 기쁨을 표현했다. 하나 둘. 그렇게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자실장들이 씻겨나가는 점막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경악어린 비명을 질러댔다.
★☆★
교복을 갈아입은 소년은 창밖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곤 방 구석에 놓여있던 긴 종이상자에서 새 우산을 꺼내들었다. 삼촌의 아이디로 물건을 샀더니 그쪽에서 서비스로 끼워준 우산이었다. 우산을 들고 방을 나섰다. 달그락거리는 설거지 소리만이 집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나 가요."
소년의 말에 엄마는 말 없이 뒤를 돌아보더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 분위기는 굉장히 침울해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실 창가에서 소년의 아버지가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간 쌓아왔던 자신의 업적들이 한번에 물거품이된 것 같은 느낌. 소년은 그런 아버지에게 인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문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소년이 아는거라곤 그날 집에 돌아온 것은 아버지 혼자였으니까. 문이와 함께 외출할때마다 손에 들려져있던 콘페이토 대신 그날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었던 것은 소주병이었다. 그것을 다시 생각하자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새 우산을 펼쳤다.
"이제 직스충으로 레벨업인가…."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집앞에 던져진 신문이 완전히 비에 젖어있었다. 굳이 그걸 주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호파들이 돌려보는 신문따위. 하지만 가장 첫 부분에 큼지막하게 실려있는 문구를 보니 소년은 몸에서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충격! 사육실장이 흑발머리 실장 출산…주인은 그린 에메랄드 회장…실장석을 성욕의 대상으로 보는 직스파로 의심…회장은 이를 전격 부인.
오늘부턴 애호가 아니라 직스충의 아들이라고 소문 쫙 나겠지? 하지만 괜찮다. 놀림받는건 익숙하니까. 어떤식으로 생각하며 쳐다보든지. 애호파라고 놀림받는거나 직스충이라고 놀림받는거나 거기거 거기다. 소년은 그렇게 한 발 한 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 보이는 자신과 같은 교복을 입은 또래의 소년 소녀들의 모습. 오늘이 지나면 모두가 자신을 향해서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겠지?
"상관없어."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빗속을 걸어갔다.
"학교 끝나고 피시방이나 갈까…."
이젠 예전처럼 돈을 아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자폭~자폭~."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며 흥얼거렸다.
세월이흘러 그렇게 살아남은 구더기가 고치를 틀고 엄지로 자라고 다시 자실장으로 커졌다 매주 몸이 조금이라도 약한거나 토시아키의 마음에 들지않는 개체는 곧바로 태아성장촉진제를 먹인뒤 자판기가되어 새로운 구더기를 낳았고 그중에서 토시아키가 선별한 특출나게 강한 개체는 성채가 될때까지 살아남는 행운을 누렸다 토시아키는 이제 자신의 실험결과를 입증하기위해 무사히 자란 1세대 동족식 구더기 아니 성채실장 몇마리를 공원에 풀어놓기로했다 놈들은 미리 선별했던 덩치크고 강인한 개체들이었다 5 가을의 기분좋게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공원의 실장석들은 곧 닥쳐올 죽음의계절 겨울을 나기위한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있었다 어떤 실장은 위험을 무릎쓰고 아직 어린자들을 대리고 나와 잘마른 낙옆과 혹시 떨어져있을지모르는 나무열매나 벌레시체따위를 찾아나섰고 또 다른 실장들또한 비슷하게 우거진 나무주위를 둘러다니며 혹시 보존식으로 삼을만한 도토리를 찾아다녔다 이런 분주한 와중에 한 실장석이 부푼배를 안고 헐떡이며 공중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실장석은 이번 여름에 막 독립한 개체였다 [데히...데히....자가...자가 곧 태어나는데스!] 그런 성채실장을 노리는 불길한 두쌍의 눈이 수풀사이에서 반짝였다 꾀죄죄한 몰골의 자실장들....얼마전 영역다툼이나 음식물쟁탈전에서 친을 잃은 고아들이었다 성채실장들마저 매일매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공원의 환경은 완전한 약육강식의 세계였고 그런곳에서 친을 잃은 자실장따윈 결코 공원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수없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고아 자실장들끼리 뭉쳐서 누군가를 희생시켜서라도 생존률을 보장하고 더욱이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관심을 필요로하는 자실장이기에 서로 협력하며 함께다니는것이었다 [저 오바상은 친절해보이는테치..] [테에...와타시타치의 새마마가 되어주는테치?] 앞머리카락이 반쯤 뜯긴 자실장이 중얼거리자 두건을 잃은 자실장이 속닥였다 [그런테치 와타시타치의 귀여움으로 매로매로 시키면 저런 오바상따윈 껌인테치] [와타시 새마마의 집에서 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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